현재 나는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센터를 위한 앱, ‘보오’를 만들고 1년 반 동안 이 사업을 계속 끌고 가고 있다(MVP를 만들고 함께 일할 센터도 구했지만 아직 앱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팀원은 오로지 나밖에 없다.
개발도 나, 영업도 나, 고객상담도 다 내가 하고 있다…(앱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 현재 고객상담업무는 하는 게 없긴 함).
아무튼 이렇게 오랜시간 혼자 앱을 개발하고, 함께 일할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센터도 찾아다니고 하다보니 요즘엔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건 정말 망하기 딱 좋구나…’
정말 스타트업이라는 것은 최약체 of 최약체다.
언제 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고 연약하다.
나도 1년 반 동안 앱을 개발하고 이 사업을 계속 끌고 오고는 있지만 내 사업이 외부의 작은 타격만 입어도 바로 죽을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물론 내가 각고의 노력을 하고 운이 좋다면 내 사업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도 있지만
끝끝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할 수도 있고, 시장에 안착하더라도 그 기간이 오래 걸리면 나는 이와 같이 계속 부유하는 상태로 ‘오늘 망하려나~ 내일 망하려나~ 에헤라디야~~~~’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받으며 이 사업을 계속해야되나 말아야하나 계속 고민할 것이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 오면 창업자가 제일 힘들다. 가장 이 사업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나도 내 앱이 올해 상반기까지 잘 안되면 이걸 접어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내가 창업, 1인 앱 개발을 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깨달음은 ‘모든 단계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앱 창업이니
- 앱 개발(앱이 작동해야함)
- 영업(보호센터 돌아다니며 영업해야함)
- 영업 후, 센터와 소통(센터와 꾸준히 소통하며 앱 발전시키고 앱 활성화시켜야 함)
이 필수인데
이 세 단계에서 정말 중요하지 않은 단계가 하나도 없었고
이 셋 중 하나라도 말아먹으면 나에게 2번째 기회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24/7, 5분 대기조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미리 대비하고 망할 위험을 최소화하곤 있지만 정말 이게 말처럼 쉽진 않다.
잠자는 순간에도 계속 무언가에 신경써야되는 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피곤한 일이다.
이 중 가장 힘든 건 ‘모든 단계가 중요하다’는 말이 가끔 나에게 ‘절대 실패하면 안돼’로 들려서 내 숨통을 조이는 거 같다고 느낄 때다.
이런 기분이 가끔 들면 나는 너무 괴롭다(그래도 나는 완벽주의로 오랜기간 고통받아왔기 때문에 이런 느낌에 남들보단 잘 대처할 수 있다. 찰리푸스-Left Right Left 노래 들으면 된다.).
대기업의 경우, 하나를 말아먹어도 두번째, 세번째 기회가 있지만 스타트업은 한번 말아먹으면 바로 망해버린다.
마케팅 같은 경우, 대기업은 자본이 있어서 마케팅에 실패하면 한번 더 시도하면 되지만 스타트업은 한번 더 마케팅할 돈이 없다. 바로 망해버리고
개발 같은 경우, 대기업은 실력 좋은 엔지니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개발 결과가 잘나오지만 스타트업은 개발 인력 구하기도 어렵고 실력 좋은 엔지니어 얼굴 보기 어렵고
협업 같은 경우, 대기업은 오랜기간 함께 일해온 탄탄한 협력업체들이 있지만 스타트업은 신생기업이라 빽도 인맥도 뭣도 없다…
대기업에서는 어깨빵 정도의 타격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스타트업에게는 핵주먹 타이슨에게 얼굴이 패이도록 맞는 것과 비슷한 타격을 주는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고 죽기 딱 좋은 스타트업이지만
그래도 내 사업은 망하지 않기를..
꼭 결실을 맺고 시장에 잘 안착하기를..
인생이 내 맘대로 흘러가진 않지만 그래도 이번엔 운이 좋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