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업데이트 뭐 해야되는데 귀찮아서 이번 달 말에 하려고 하고 있고 그 사이에 영어 블로그에 글 하나 써보려고 어제부터 끙끙대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포스팅 하나도 못 끝냈다.
정말 어렵다(불가능해보이진 않은데 그냥 글 하나 쓰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 외국어로 블로그를 한다는 게 뭐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닐 거라고 짐작했지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 지나면 분명히 나아질 거라고 보지만 지금 나한텐 좀 버겁다.
영어 블로그 고충 1: 주제 찾기 어렵다
일단 한국어로 블로그를 운영하면 그래도 그 글 주제가 나한테 그렇게 와닿는 주제가 아니어도 그냥 저냥 쓸 만한데(나는 세면대에 관심 없는데 오늘 세면대에 대해 글을 써야하면 그냥 그 주제로 글 쓸 수 있다), 영어 블로그는 나에게 와닿지 않는 글은 정말 쓰기 어렵다고 느꼈다. 사실 블로그 하나를 운영한다는 게 그 안에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담는다는 측면도 있지만 진짜 중요한 건 본인의 개성과 느낌을 담는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결국 ‘내가 쓴 글‘이어서 사람들이 읽게 해야지, 그냥 좋은 글 정도로만 쓰면 인공지능에 대체되기 쉽고 롱런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서는 정보글(65%) + 나에 대한 글(35%)로 나누어서 글을 쓰고 있는데 내가 쓰는 정보 글도 내가 일하면서 느낀 것들, 내가 일하면서 알아낸 것들에 대한 것이어서 방문자가 어떤 글로 내 블로그에 방문하던 다른 글도 쉽게 읽을 수 있게 해놨다(방문자가 나의 사적인 글이던, 정보글이던, 어떤 글로 방문해도 계속 내 블로그 글을 읽을 가능성이 높도록 설계를 해놨다). 쉽게 말해 연결이 잘 되어있다. 글들끼리.
근데 영어 블로그는 내가 나의 느낌과 개성을 담은 글과 정보글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메워야될지를 모르겠다고 느꼈다. 솔직히 나를 어느정도로 오픈해야될지도 모르겠다(내가 나에 대해 소개를 하고 나에 대한 글을 쓰며 그 사이 사이에 정보글도 녹여내야하는데 영어 블로그는 나에 대해 어느정도로 오픈을 해야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글 주제 찾기가 좀 어렵다. 주제가 글들끼리 어느 정도 통일되어있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글을 연재해야될까, 글을 쓰는 지금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돈이 없어서 외국인들이 가장 관심있어하는 한국 여행이나 맛집 포스팅을 못하니 제약이 많다.
영어 블로그 고충 2: 맞춤법, 문법 체크
영어 블로그는 영어로 글을 써야되다보니 영어권 독자들을 위해 맞춤법, 문법을 잘 맞춰야되는데 이게 어렵다. 내가 쓰는 글의 맞춤법, 문법이 대부분 맞긴 한데 계속 글을 쓰다보면 흐름이 이상해지기도 하고 뭔가 계속 고쳐야할 부분이 생긴다(문법을 고치면 글 흐름이 이상해지고 문법이 괜찮으면 맞춤법이 이상하다).
아무튼 글을 읽는 독자가 읽기 편하게 글을 써야하는데 계속 이렇게 맞춤법, 문법을 체크하며 글을 써야하니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좌절감이 든다.
영어 블로그 고충 3: 자신감이 떨어진다
하나의 글을 쓰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다보니 글을 쓰는데 자신감이 떨어진다. 나는 완벽주의적 성격이 있어서 하루 안에 일을 어느정도 했냐가 그날 나의 하루 기분을 좌우하는데(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하루가 끝나고 죄책감이 듦) 나는 이 영어 블로그를 시작하며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분명히 머리 싸매고 열심히 글을 쓰긴 했는데 아직까지 글을 하나도 포스팅하지 못했고 하루가 끝나고 자기 전, ‘대체 나는 뭘 한 거지?’ 이런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제 2외국어로 글을 쓰다보니 생산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와악
영어 블로그 관련 조언 인터넷에서 들은 것
내가 영어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려고 하고 글을 쓰다보니 좀 막막해서 인터넷에 ‘blogging when english is your second language’ 이런 식으로 찾아봤는데 거기서 나는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찾아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더라(역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본인이 영어가 제 2외국어인데 영어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몇 몇 있었다. 이 개척자들은 ‘영어로 글 쓴 다음, 그걸 한번 검수해줄 사람을 찾아라’와 같은 조언을 해줬는데 이런 조언은 솔직히 나에게 별로 도움이 안됐고 오히려 ‘제 2외국어로 블로그를 하려는 너의 용기와 실행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라‘ 이 말이 가장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그냥 응원이었나보다.
자랑하려는 건 아닌데 사실 나는 영어를 엄청 잘한다. 영어권 대학에서 대학원도 나왔고 그냥 다른 사람들보다 언어적으로 뛰어나다(3개 국어 가능). 근데 대학원에서는 내 필드 내에서만 영작하고 레포트내고 해서 대중(영어권 사람들)을 상대로 글을 쓴다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나보다. 익숙하지 않았다.
근데 이렇게 나보다 이 길을 먼저 간 사람도 있고, 그들의 성공 케이스도 분명히 있으니 나도 이제 진짜 그 두려움이라는 벽을 깨고 한발짝 두발짝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봤는데 입장을 바꿔서 ‘외국인이 한국어로 블로그를 올리면 내가 과연 볼까?‘라고 물어봤을 때 나는 컨텐츠가 좋으면 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컨텐츠가 좋으면 그 글을 쓴 외국인의 사소한 맞춤법 실수들은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갈 거 같다. 그냥 About Me 이런 곳에 ‘저는 한국인이 아닙니다. 한국어는 제 2 외국어에요.’라고 써두기만 한다면 별 생각 없을 듯. 결국 질 좋은 컨텐츠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고 잘만 한다면 내가 지금 하려는 영어 블로그도 가망성 있다고 생각했다.
내 영어 블로그는 지금 막 닻을 올리고 바다로 나가보려고 하고 있다. 솔직히 내가 시작한 많은 것들 중에 이게 가장 확장성 있어서 기대가 많이 된다. 한국은 5천만 국민이 사는데 지구에는 79억 인구가 살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