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 -<르네 지라르>
피터 틸은 2022년 11월 기준 추정 6조원의 자산을 가진, 세계에서 617번째로 부유한 미국인이다. 피터 틸은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인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이자 벤쳐 캐피탈 파운더즈 펀드(Founders Fund),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Palantir)를 창업했는데 그의 성공은 그의 첫 회사인 페이팔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큰 굴곡 없이 이어져왔다.
손대는 것마다 성공하는 이런 피터 틸의 투자나 경영 방법에 크게 영향을 끼친 한 사람이 있는데 그건 바로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이다. 르네 지라르(1923~2015)는 프랑스 철학가로써 ‘사람은 다른 사람의 욕망을 보고 그 욕망을 모방한다’고 말하는 모방 이론(Mimetic Theory)과 사회는 그 모방으로 인한 갈등을 ‘희생양’을 하나 만들어 푼다고 말하는 희생양 매커니즘(Scapegoat Mechanism)으로 유명하다.
2009년 6월, 피터 틸이 다니엘 랜스와 했던 인터뷰 영상 중 그가 르네 지라르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르네 지라르를 어떻게 만났는가?
1980년대 후반 스탠포드 대학 학부 시절에 만났다. 내가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었을 때였다. 르네 지라르는 세상과 조금 다른 생각을 하던 스탠포드 교수였고 그의 말은 몇 몇 반항적인 학부생에게 일종의 자연스러운 호소력이 있었다.
르네 지라르 철학의 첫 인상은 어땠는가?
첫 인상은 당연히 ‘저 양반, 완전히 돌았군’이었다. 나는 모방이 그렇게 보편적이며 다양한 것들의 근본이 된다는 것을 몰랐다. 내가 르네 지라르의 철학을 완벽히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날수록 그의 말이 맞으며 나의 과거 경험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 강력한 철학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나는 2100년이 되어서야 르네 지라르가 위대한 지식인으로 알려지게 될 것 같다. 대중들이 그를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고 본다. … 스탠포드 대학교 세미나에서 르네 지라르와 대화를 해보면 사람들은 르네 지라르가 얼마나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느끼고 놀라워한다. 그와 말하다보면 그가 말한 것들이 ‘정말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순간들이 온다. 르네 지라르는 이 세상에 몇 안되는 만물에 관심을 가지는 다방면을 연구한 사람이다.
나는 르네 지라르의 말을 들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고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당신도 그런가?
맞다, 인생을 정말 새롭게 보게 하는 것 같다.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이 당신의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은 나의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주었다. 첫째로, 나는 창업자이자 투자자로써 새로운 것, 다른 것을 한다는 것에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은 나에게 사람들이 얼마나 양 떼 무리처럼 행동하는지 나에게 계속 생각해보게 하기 때문에 나는 투자자이자 창업자로써 항상 contrarian처럼 대중과 다른 길을 가도록 노력했으며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들을 포착하려고 애썼다. 나는 사람들이 관심있게 보지 않는 그런 영역들이야말로 창업과 투자에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측면에 있어서 모방 이론은 사람들과의 갈등을 최소화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모방 이론은 다수가 똑같은 것을 원하기 때문에 싸운다고 말한다. 나의 10~12년간의 비즈니스 경험으로 비추어봤을 때 정말 다수는 똑같은 것을 원하기 때문에 싸우더라. 정말 심각한 갈등은 사람들이 다른 것을 원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닌 다 똑같은 것을 원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됐다. 같은 직급, 같은 승진, 같은 책임감 등 말이다. 나는 여러 회사들의 CEO로써 모방 이론을 적용해 사람들의 직급이 합리적으로 분배되고 구분지어지도록 해서 갈등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한 사람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모방 이론을 적용해 직급을 정확히 분배하는 게 어려워 갈등이 크게 일어날 수 있다. 스타트업은 외부 상황이 아닌 대부분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합이 맞지 않아서 망한다. 스타트업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신제품, 신기술을 함께 만들 수 있을만큼 서로 합이 맞는지가 외부 상황이 어떠한지보다 훨씬 중요하다.
희생양 매커니즘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사회가 희생양을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 그 희생양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만 일어난다고 본다. 이 원리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시작하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잡아 그 사람만 욕하고 끌어내리려는 일이 없어질 거라고 본다.
피터 틸은 모방 이론을 자신의 투자에 적용해 페이스북의 성공 가능성을 점친 몇 안되는 비젼있는 투자자이다. 다른 모든 투자자들이 페이스북의 확장 가능성을 의심할 때 피터 틸은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을 이해하고 처음 몇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도 페이스북을 사용할 것이라고 믿으며 페이스북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상했으며 이에 따라 페이스북에 투자해 페이팔의 성공에 이어 막대한 부를 또 거머쥐게 된다. 그의 페이스북 지분은 한 때 10%를 넘었었으며 페이스북의 성공으로 그는 창업자 뿐 아니라 투자자로써의 입지도 다지게 된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며 2014년에는 그의 창업, 투자 성공 비밀을 담은 ‘제로 투 원’ 책을 출판하게 되는데 이 책의 요점은 ‘경쟁을 피하고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라, 독점하라’이다. ‘제로 투 원’ 책은 르네 지라르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2014년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피터 틸은 이렇게 말한다.
“지라르는 두가지를 말합니다: (1) 경쟁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실질적인 목표를 희생하면서 라이벌에 집중하는 형태를 보인다, 그래서 (2) 경쟁이 얼마나 심한지는 그 경쟁을 해서 얻는 실질적인 가치와 무관하다.”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심하게 경쟁합니다 그리고 한번 경쟁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심하게 경쟁하죠. 당신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행위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습니다.”
피터 틸은 21세기의 성공은 다수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모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다수가 허상과 건강하지 않은 것을 쫓지 않고 건강한 것을 모방한다면 그게 바로 21세기의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르네 지라르의 책들을 추천하며 고전 소설을 좋아하면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신화를 좋아하면 “폭력과 성스러움”, 성경을 좋아하면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이 보이노라”, 르네 지라르의 모든 생각을 한번에 다 이해하려면 “세상이 만들어질 때부터 숨겨져온 것”을 읽어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