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앱은 그만뒀지만 계속 철학은 공부할 거다. 나는 철학이 좋다.

철학 앱을 시작했다가 그만뒀다고 블로그에 여러 번 올렸는데 다시 블로그에 철학 글을 쓰고 있다. 앱에 넣으려고 만들어놓은 컨텐츠들이 아까워 블로그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는데 모르겠다. 그냥 철학은 내 마음에 위안이 되는 거 같다. 그래서 아마 이 블로그엔 앱 만들면 넣으려고 준비해놓은 철학 컨텐츠 다 올리고도 계속 따로 공부하며 철학 글 올릴 거 같다ㅎ.

사실 아쉬운 게 있다. 철학만으로는 솔직히 학문으로써의 한계가 있다고 느낀다. 지금 이 세상에서 정말 참 지식인이 되고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기 위해선(=철학의 본질) 철학 뿐 아니라 경제, 과학, 수학, 외국어, IT 등 다양한 분야를 다 알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 시대는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학문간 교류가 엄청나게 활발한 시대(interdisciplinary)다. 나는 의공학을 전공했는데 의공학부터가 의학과 공학을 합친 학문이고, 학교에선 의공학만 배우는 게 아니라 의공학 윤리, 비즈니스 기초도 배웠다. 모든 전공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의 전공만 배우는 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다 섞어서 배우고 이젠 학문의 경계가 정말 많이 흐려졌다.

이런 세상에 다른 학문에 대한 이해 대신 철학만 탐구한 고대의 철학자들을 공부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나는 철학 앱 만들기를 포기했지만 그래도 뭔가 철학자들에 대해 계속 알아가고 하니까 이런 생각이 들긴 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지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고대의 철학자들이 앉아서 철학만 공부한 것은 아니다. 다른 학문도 심도있게 공부한 철학자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많지 않았고 대부분의 예전 철학자들은 철학을 한다는 것에 매몰돼 다른 학문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어제는 헤라클레이토스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이 글의 대부분은 내가 앱에 올릴려고 진작 만들어놨다. 여기에 살 붙이고 부족한 정보 있으면 더 넣고 했는데 거기서 헤라클레이토스가 Logos(로고스)라는 말을 했다.

Logos는 만물은 변화하지만 그 속에는 조화, 질서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헤라클레이토스는 이런 말을 했는데

“모든 것은 유동적입니다. 이 흐름은 통일된 척도 또는 합리적 원칙을 따릅니다. 이 원칙은 로고스(만물의 변화 뒤에 숨겨진 조화)이며 반대의 특징을 가진 것들을 각각 똑같은 힘으로 묶어줍니다. 로고스는 리라를 연주하는 활이 끈으로 묶여 서로 반대의 힘을 띌 때 리라에서는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소리가 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 말을 적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거 뭔가 작용 반작용의 원리 같은데?’. 일단 로고스의 바탕이 되는 ‘반대의 특징을 가지는 것들을 각각 똑같은 힘으로 묶어준다’ 이 말은 작용 반작용의 원리의 기본이 된다.

내가 벽을 밀면 벽도 나를 민다. 뉴턴의 제3 운동법칙(작용 반작용 법칙).

또 저 리라에서 나는 소리(조화, 질서)는 혼돈(만물의 변화) 속의 규칙이라는 물리의 카오스 이론과 비슷하다.

이렇게 어디다 써야할지 모르겠는 철학도 후대에 더 발전되고 연구되는 걸 보니 철학 공부가 아예 무의미하진 않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솔직히 앱 접으면서 ‘철학 공부하는 게 의미가 있나’ 회의감이 살짝 들었었다). 분명 쓰임이 있을 거 같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중요한 질문들과 가치는 존재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사실 철학은 나에게 위로도 많이 해주고 더 나은 인간이 되게 해준다. 오늘 이 글 쓰기 전에도 칸트 명언들 적고 있었는데 거기서

“고립된 개인이 자기 자신에게 너무 자연스러워진 미성숙함을 스스로 해결하긴 어렵다. … 법과 규칙 또는 그의 타고난 능력을 오용하는 것은 그의 발목에 미성숙의 족쇄처럼 채워졌다. 이 족쇄를 벗어던진 사람은 가장 작은 도랑을 넘을 때도 불확실한 도약을 할 것이다. 그는 이 자유로움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더라. 저 불확실한 도약 파트가 내가 지금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면서 느끼는 어색함, 스트레스를 받는 거랑 비슷한 거 같아서 저 부분을 적으면서 뭔가 공감이 많이 되더라.

그리고 장자의 ‘말의 의미를 이해하면 그 말을 잊어야 합니다’ 이 부분도 항상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기분 상하는 일 있으면 못 잊고 곱씹어 생각하는 버릇 꼭 고쳐야겠다고 저 말 생각하면서 계속 다짐한다.

“물고기를 잡는 덫은 물고기를 위한 것입니다. 물고기를 잡으면 덫은 잊어야 합니다. 토끼 올가미는 토끼를 위한 것입니다. 토끼를 잡으면 올무는 잊어야 합니다. 말은 의미 때문에 존재합니다. 의미를 이해하면 그 말을 잊어야 합니다. 저도 의미를 이해하면 자신이 들은 말을 잊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장자

장자 같은 사람과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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