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업이 앱 개발자이고 지금 1인 앱 개발을 하고 있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요즘은 이 웹사이트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오늘은 내가 느낀 영세한 개인 블로거들의 숨어있는 엄청난 강점과 단점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강점부터 얘기해보겠다.
개인 블로거 본인들만 모르는 그들의 엄청난 강점, Superpower들⚡️
1. 지극히 개인적인 컨텐츠 생산 가능
기생충으로 오스카 상 받은 봉준호도 수상소감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개인 블로거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창의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큰 강점인지 종종 까먹는다. 일단 개인 블로거들은 상사가 없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본인이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매우 매우 매우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검열이 없다는 것은 엄청난 강점이다. 시간나면 한번 유명 잡지나 대기업들이 쓴 글을 보시라. 검열에 검열을 거쳐 글에 재미가 다 빠져있다(아무래도 대기업은 글 하나를 써도 윗사람에게 컨펌을 여러번 받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글에 재미가 다 빠지는 거 같다).
하지만 사람은 감정적인 존재이고 잡지, 뉴스보다는 자신이 자주 가는 인터넷 까페나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는 것을 더 즐긴다. 이 ‘재미’라는 것은 엄청난 힘이 있다. 사람들의 시간을 다 도둑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컨텐츠를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영세한 개인블로그가 가진 첫번째 장점이다. 두번째 장점도 곧 써보겠다.
2. 다양한 분야로 자연스럽게 확장 가능
개인 블로거들은 자신의 의식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해 글을 쓸 수 있는만큼 다양한 분야로 자연스럽게 뻗어갈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내가 현재 1인 앱 개발로 창업을 했더니
- 다른 회사들의 창업스토리
- 앱 개발의 고충, 장점
- 미래 기술, AI
- 가난 (후…)
등을 주제로 글을 쓸 수 있는 것과 같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거냐면 모든 기업은 궁극적으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한다. 쉽게 말하면 뻗어갈 수 있는 만큼 다 뻗어가서 그들의 몸집을 최대한 키우고 싶어한다는 말이다. 에어비앤비를 보시라. 초기 에어비앤비는 방만 렌트해주는 회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 중 액티비티도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
대기업은 이렇게 계속 확장하고 싶어하는데 정작 그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무엇을 더 원하는지 알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여론조사도 하고 유저들에게 피드백을 들을려고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라는 약점 때문에(몸집이 너무 커서 행동이 느림, 많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참여) 신사업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진짜 니즈가 있는 구간을 찾기 어려워한다(기업은 유저와 대부분 거리가 멀다).
하지만 개인 블로거들은 그냥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써 많은 제품을 써보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로부터 쉽게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유저로써의 안목이 있다. 이건 좋고 이건 안 좋고 금방 구분이 가능하고 하나의 관심사에 꽂히면 자연스럽게 그 관심사에 연결되는 다음 주제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개인 블로거들은 자신이 글쓰는 분야들만 잘 엮으면 엄청난 사업, 대단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3. ㅋ, ㅎ, ㅠ, 밈, 이모티콘, 줄임말, gif 사용 가능(급하면 욕도 가능)
웃기게 들리겠지만 개인 블로거는 ㅋ,ㅎ, ㅠ, 밈, 이모티콘 그리고 줄임말을 사용할 수 있다(이것이 강점이다). 요즘 세대는 다 이런 것들(?)을 쓰며 대화한다. 심지어 우리 부모님도 나한테 카톡보낼 때 ㅋ, ㅠ, 이모티콘, 줄임말 쓰신다.
이 ‘ㅋ,ㅎ,ㅠ, 밈,이모티콘, 줄임말’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물어보겠다. ‘건강해지는 법’이라고 쳤을 때 이렇게 두 글이 뜬다면 이 두 글 중 어느 글을 클릭하고 싶은가?
- 건강해지는 법(역시 건강이 최고!)
- 건강해지는 법(건강 잃고 쌩고생하지 말고 읽어보시유..ㅠ)
대부분 2번을 고를 것이다. 사람들이 2번을 고르는데는 그 이유가 있다. 무의식적으로 아는 것이다. 저렇게 ‘ㅠ, 쌩고생’ 이런 구어체가 들어간 글은
- 개인적인 경험, 사실일 가능성 높음
- 재미있는 사람이 쓴 글일 가능성 높음
- 구어체여서 읽기 편함
- 감정이 들어가 있는 글일 가능성 높음
다는 것을.
나는 지금은 포기한 철학 앱 구상할 때 이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철학 앱 컨텐츠를 만들 때 저렇게 구어체로 재미있는 컨텐츠를 만들어야하나 아니면 딱딱하게 저런 거 다 빼고 만들어야하나 고민이 정말 많이 되더라(나의 철학 앱 포기 썰은 여기에).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객관적이고 신뢰감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저런 구어체로는 앱 컨텐츠를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지금 내가 앱을 만드는 것을 포기한 후, 철학 앱에 넣을려고 준비한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 재미가 진짜 너무 없다ㅋㅋ. 그때 나는 최대한 재미있게 적으려고 노력했지만 저 감초 같은 ‘ㅋ,밈,줄임말’을 다 빼다보니 당연히 글이 재미없어지더라… 그래서 나는 그 글들을 이 웹사이트에 올리기 위해 다시 적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근데 귀찮아서 방치중🙄.
아무튼 이렇게 개인 블로거들은 자신의 글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장비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대기업만 돼도 이런 장비들을 쓰지 못한다. 그들은 개인적이지 못하고 대중을 상대해야되기 때문에 오해 없이 딱딱하게 글을 써야한다. 하지만 공문 읽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제목에 개인 블로거들은 욕도 쓸 수 있다고 썼는데 웬만하면 욕은 하지 말자.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될 게 뻔하다. 굳이 욕하려면 자기 자신에게 욕하자. 적을 너무 많이 만들어 놓으면 세상살이 힘들어진다.
이제 개인 블로거들의 단점에 대해 말해보겠다. 우리의 단점은
1. 글을 하루에 몇 개 못 쓴다
일단 혼자 일하기 때문에 글을 하루에 몇 개 못 쓴다. 나는 확실히 양보단 질이라고 믿는 사람이어서 퀄리티에 맞춰서 글을 쓰려면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린다. 자료조사도 하고, 앞서 말한 ‘밈, gif’도 글에 넣기 위해 찾아본다. 시간 은근히 많이 걸린다. 쉽게 볼 게 아니다.
내가 글 하나 쓰는데 뭘 하는지 잠깐 얘기해보면
- 글 주제 찾기(나는 일단 뭔 글을 써야될지 오래 고민한다. 나는 대체로 내가 관심있는 분야로 글을 쓰려고 하는데 충분한 컨텐츠가 모이고 스토리라인이 잘 떠올라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어서 가끔은 글쓰다 ‘에잇 이건 아니야! 흑흑’하며 지워버린다. 정보 글, 긴 글이 나오려면 스토리가 잘 나와야하고 기승전결이 뚜렷해야 한다. 솔직히 요즘 쓸 만한 글이 별로 없어서 글 주제 찾는데 엄청 오래 걸림.)
- 자료 찾기(글 주제를 찾았으니 자료를 찾아본다. 이 과정에서 책 읽고, 영상 보고, 기사 읽고, 영어로 되어있는 글이면 번역해서 읽어보고 하는 과정을 거친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장소에서 얻은 토막난 지식이라면 그게 사실인지 검증하는데도 오래걸린다.)
- 자료 정리, 글쓰기(나의 말로 나의 글을 쓰는 시기, 자료 정리하며 글쓰다보니 ‘임시 저장’을 엄청 많이 누르게 되는 시기이다. 긴 글은 하루 안에 다 쓰지 못하기도 한다. 글쓰는 거 힘들다.)
- 감초 같은 밈, 사진 찾기(개인적으로 나는 글만 쓰는 것보단 밈이나 사진, gif를 넣는 것을 좋아해서 글에다 이런 것들을 많이 넣는 편이다. ‘구글은 사진 너무 많이 넣으면 안 좋아한다, 글에 사진 많이 넣으면 구글이 노출 안 시켜준다.’ 이런 카더라들도 많은데 그냥 나는 무시하고 넣는다. 마웨)
- 글 발행하고 다시 읽기(맞춤법 확인하고 글이 어색한지 확인한다. 맞춤법 틀렸으면 고치고 글 어색하면 덜 어색하게 고친다. 나중에 글이 수정에 수정을 거쳐 꽤 읽을 법해져도 가끔씩은 자아도취해서 내가 쓴 글 계속 읽고 있기도 한다. 이런 시간 낭비는 정말 줄여야한다.)
이런 일들을 한다.
이러다보니 하루에 글을 많이 쓸 수가 없다. 해야 될 일이 별로 없는 하루면 하루에 3-4개는 쓰고 싶은데 도저히 나는 그렇게 글을 쓸 수 없더라. 양질의 글 빨리 쓰는 분들 정말 부럽다.
2. 외로움, 건강 관리 잘해야 함 등등.
이건 뭐 굳이 내가 말 안해도 블로거 본인이 잘 알 거라 생각해 생략하겠다.
마무리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자신이 가진 무기를 잘 활용하면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오늘 글은 그들의 잠재력을 모르는 개인 블로거들에게 헌정하는 글이다. 다윗도 골리앗을 돌멩이 따위로 무찔렀다. 개인 블로거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고 그들만의 강점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우리는 구글 서치에서 대기업과 경쟁한다. 하지만 오늘 글을 잘 읽은 사람이라면 내가 말한 다양한 장비들을 이용하여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우리도 대기업에 뒤지지 않게 우리의 웹사이트를 키워보자.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