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제목 그대로다. 나는 4년간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었다. 혹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뭔지 잘 모르겠는 사람을 위해 잠시 이게 뭔지 말해보자면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육고기(닭, 소 등 육지에 사는 동물의 고기)를 안 먹고 나머지 것들만 먹는 사람이다(풀, 계란, 우유, 해산물 등).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된 계기
내가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된 계기는 내가 유학시절 사귄 남자친구 때문이었는데 그 친구가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비건이고 싶어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었다. 종종 밥도 같이 먹고 하다보니 상대방의 식단에 제약이 있는 걸 알고 맞춰주는 차원에서 나도 육고기를 좀 덜 먹다보니 식습관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러던 찰나에 ‘옥자’ 영화를 보고 공장식 축산에 회의감을 느껴 ‘아 나도 비건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생각하고 비건이 되고 싶은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었는데 요즘 좀 생각이 바뀌려고 해서 이 글을 적어본다.
*내가 왜 비건이 되고 싶은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었냐면, 그 이유는 내가 돈 없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비건 해본 사람은 알텐데 몸 안 상하면서 비건하려면 진짜 돈 많고 시간도 많아야 한다. 인간의 몸이 활동하려면 단백질 및 다양한 것들이 필요한데 그것들을 다 채워주려면 식단을 엄청 까다롭게 짜야하고 다양한 것을 조금씩 계속 먹어줘야한다. 또 외식하면 비건 음식점만 가야하는데 비건 음식점 의외로 엄청 비싸다. 나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졸업을 앞둔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비건을 할 수 없었다. 사실 비건을 몇 개월 시도하다가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포기하고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었다.
내가 왜 더 이상 페스코 베지테리언 안하고 싶은지
일단 위의 남자친구랑 헤어진지 오래돼서 상대방의 식단에 내가 더 이상 영향 받지 않게 됐고 내가 깊이 생각해보면 할수록 나는 1.) 완전 비건이거나 2.) 공장식 축산을 안한 음식만 먹거나 3.) 위의 것들을 다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모든 것을 다 먹어야 했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는 것이 어떤 신념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여서 이런 식단을 유지하면서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일단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육지 동물은 안 먹고 바다 생물만 먹는데 이 자체만으로 내가 육지 동물과 바다 생물을 차별하는 거 같아서 좀 별로라고 생각했다.
마음 한켠에 ‘이건 뭔가 나만의 소신, 철학이 없는 식습관이군…’라고 계속 생각했지만 식습관을 바꾸는 것 자체가 큰 일이고 내 생활이 바빠서 그냥 놔뒀는데 이제 좀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내 인생에서 작은 실험(?)들을 해보면서 살아가고 싶기 때문에 페스코 베지테리언을 이제 그만 때려쳐야하나 고민하게 됐다.
사람들이 페스코 베지테리언 하는 이유
내가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어서 아는데 사람들이 페스코 베지테리언 하는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아래와 같다.
- 자연 보호,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육고기 안 먹음(소, 닭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끼친다고(?) 해서)
- 생선은 아픔을 안 느낄 거라고 생각, 하지만 소, 닭은 아픔을 느낀다는 것을 분명히 알기 때문에 안 먹음.
- 완전 비건이 되기 전 준비하는 중간 단계(나같이 돈 없어서 이 페스코 베지테리언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뭐 이게 모든 이유는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1번은 과학자들이 그렇다 아니다 말이 많아서 정확히 소, 닭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지만 2번은 이제 생선도 아픔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2번과 같은 이유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려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 듯하다. 3번은 그냥 비건에 적응하는데 시간을 좀 두려는 이유 or 경제적인 이유로 아직 비건이 되지 못하고 그 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고찰하는 부분
- 우리는 동물을 먹을 수밖에 없나.
- 공장식 축산은 어디까지가 공장식 축산인가.
- 자연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음식을 먹어야 하나.
이렇게 세 가지다. 일단 1번 ‘우리는 동물을 먹을 수밖에 없나’ 이 부분에 대한 답은 아직 내가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솔직히 동물을 안 먹는 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긴 한데 동물을 안 먹고 인간이 건강히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하면서도 해산물을 먹고 우유랑 계란도 먹어왔기 때문에 내가 동물류를 아예 섭취하지 않은 게 아니어서 나의 경우로 레퍼런스를 들어 어떤 말을 하긴 어려울 것 같다.
*솔직히 나도 궁금하다 정말 돈과 시간이 많아서 영양학적으로 탄단지 다 맞춰서 채식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정말 몸에 무리가 없을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사람들이 동물을 먹기 꺼리는 이유는 그 동물을 죽이고 고통을 줘야하기 때문인 게 큰데 이 부분을 최근 과학자들이 해소하려고 다양한 노력(배양육 등)들을 하고 있다고 하니 주의깊게 살펴보는 게 좋겠다.
(근데 배양육이 생긴다면 그걸 진짜 믿고 먹어도 되는 걸까?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게 아니고 연구소에서 찍어낸 고기라 걱정되긴 한다. 나는 포도도 거봉이나 샤인머스캣보단 알이 작은 자연스러운 포도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들에게 배양육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려면 다양한 연구 결과가 있어야 될 거 같다.)
이제 2번, 공장식 축산은 어디까지가 공장식 축산인가. 사실 육지 동물은 공장식 축산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쉬운데 (갇혀있으면 공장식 축산, 풀어 놓고 키우면 공장식 축산 아닌 걸로 말할 수 있겠다), 바다에 사는 생물은 공장식 생(?)산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양식하는 해산물은 공장식으로 봐야하는 건가? 이것도 참 애매하다.
마지막 3번, 요즘 기후변화가 심각하고 정말 환경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사실 나는 위의 1, 2번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자연을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나. 육류를 소비하는 게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게 진짜 사실일까? 이것도 의견이 분분해서 (어떤 과학자는 소가 예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지금 소를 가축화하고 먹는다고 해서 온실가스 양이 더 많아지진 않는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니라고, 채식을 장려해야 온실가스 양이 낮아지고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뭘 믿어야될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 답을 못 찾았다
솔직히 나는 지금 1인 앱 개발도 하고 있고 생계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철학을 가지고 행동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이 주제에 대해 좀 깊이 파보려고 한다.
그래도 내 블로그에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많은 것들이 좀 clear 해진 느낌이다. 더 고민해보고 더 자료를 찾아보겠다. 어떤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일지. 이 부분은 나중에 또 어떤 업데이트가 있으면 또 글을 써보겠다.